원래 글을 잘 안쓰는데,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한번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경험을 했고, 당시 인터넷에 아무리 찾아도 이런 글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D-33

 

회사 건강검진.. 

 

유방 x선 촬영을 항상 신청하였으나, 항상 하려고 하면 만 35세 미만은 방사선 때문에 권유하지 않는다는 말에 한번도 한 적이 없었다. 

 

이날은 이상하게도, 권유하지 않는다면서 그럼 유방 초음파로 바꿔준다는 것이다. (아니!!! 진작 이렇게 말해줬으면, 유방 초음파를 진행했을텐데 왜 그동안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나!!!!!) 

 

유방 초음파를 진행했는데, 예전 3년 전 쯤 유방 초음파를 했던 기억이 나서 오른쪽에 양성으로 볼 수 없는 혹? 같은게 있었다고 미리 말씀을 드렸다. 

 

초음파 선생님이 오른쪽을 보시더니 "동그랗게 이쁘게 생긴건 암이 아니예요~ 암은 삐죽빼죽 생긴것도 못되게 생겼어요~" 라고 하셨다. 내가 간 곳은 누워서 하늘을 보면 나도 내 초음파 화면을 볼 수 있어서 나 또한 오른쪽 검사를 할때는 '아 애는 동그랗게 생겼으니 괜찮겠구나..'라고 안심했다. 

 

문제는 왼쪽 가슴이었다. 분명히 3년전에 검사했을땐 없었는데.. 

 

내가 봐도 동그랗게 생긴건 아닌 것이 보였다. 

 

겨드랑이 림프 있는 쪽도 살펴보시더니, "아... 이거는 빨리 검사를 받아보셔야 할 것 같아도. 최대한 빨리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의사 선생님께 진료의뢰서(?) 작성해드리라고 할께요" 라는 것이다. 가슴이 철렁했다.. 

 

"음... 제가 아직 나이가 어린데..(30대 초중반) 설마 암은 아니겠죠?"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유방암에 많이 걸려요~" 라고 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말을 왜 구지 나한테 했을까? 안해도 될 말인데 불안감만 더 키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검진하는 사람이 이런 말을 암인지 아닌지 아직 모르는 사람한테 해서는 안될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초음파를 실제 해보는 한의사에 물어봤는데, 초음파는 레이저를 반사 시켜서 보는거이기 때문에 그날의 몸의 상태와 반사 각도 등에 따라서 달라서 전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진료의뢰서를 받았는데, 

 

 

의뢰서와 초음파 CD를 건내 받았다. 사실 객관적으로 읽으면 악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애기는 자기들도 모른다는 것인데.. 당시 나는 불안감에 악성이라는 애긴가... ㅠㅠ 라고 받았들였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그냥..아 어떻하지 ㅠㅠ 라고만 하고 크게 불안하진 않았던 것 같다. 

 

 

 

D-32

 

조직검사를 받을 집근처 병원을 찾아보았다. 

큰병원 또는 유방암 검진 전문 병원 위주로 찾아봤는데.. 나는 세상에 유방암 검사를 이렇게 많이들 하는지 몰랐다. 다들 한달 뒤에나 진료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달이나.. 암인지 아닌지 모르는 불안감에 살아야한다니.... 운이 좋게도 (나름) 큰 병원에 최대한 빨리 진료가 되는 곳으로 예약을 하였다.

 

 

D-20 

 

병원에 진료의뢰서와 CD를 건내주었다. 예약 덕분인지 의사 진료를 바로 볼 수 있었다.  (알수 없지만) 의사가 CD의 내용을 본 것 같진 않았다. 

그동안 유방에 멍울 같은게 잡혔는지, 유두에 진물이나 피가 흘렀는지 등 내가 유방암이 의심되서 검진을 받은건지 아니면 회사에서 해주는 검진을 받은건지 물어보았다. 

 

나는 회사 검진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라고 해서 왔다고 답변을 하고, 그 뒤로 부터 이상하게 진단 받은 왼쪽 가슴 통증과 겨드랑이 통증이 느껴진다고 했다. 음..제 생각엔 자꾸 신경써서 그쪽이 아픈것 같아요...라고 하자 의사쌤은 "맞아요. 보통 진단 받고 나면 통증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은데 대부분 신경성이예요.." 라고 했다ㅋㅋㅋ (그 말을 들어도 신경성 통증은 계속 되었다...) 

 

분명 나는 초음파 CD도 제출했고, 악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진단도 받았는데 병원에서는 또 흉부 x선 촬영과 초음파 검사를 건냈다. 흉부 x선은 진료 당일 가능했고, 초음파는 2주 뒤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회사를 다니고 있어 병원 다니는것도 불편했는데 애처가인 남편은 걱정이 되서 같이 반차를 쓰고 병원을 갔기 때문에 몇번에 걸쳐 병원에 오라는 것이 부담되었다. 신랑은 검진을 받았는데 왜 또 검진을 받아야하냐며 화를 냈다. 당일 검진 + 흉부 X 선 촬영에도 비용이 꽤 들었다. 

 

초음파 검사 전까지.. 인터넷을 계속 뒤졌다.

뭐 유방암 의심 소견에서 확정까지 0.6%의 확율이라고 해서 안심했다가...

다른 사이트에서는 조직검사로부터 확정까지 15~30% 라고 해서 불안했다가..

또 팟케스트 유방암편을 들었는데, 거기 의사 선생님이 초음파 검사를 하면 대부분 다 유방암인지 안다고, 조직검사는 그저 향후 어떤 치료를 해야하는지(호르몬 관련 유방암인지 Her2 타겟 유방암인지) 그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하는 것일 뿐이라는 애기는 의사가 한 것이기 때문에 나를 더욱 충격으로 몰고 갔다. 

 

내가 암 보험이 있었나... 회사는 앞으로 어떻하지.. 등등 갖은 잡생각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이 와중에도 그래도 나는 검진으로 초기에 발견한거니 괜찮아 질거야...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후기 암 진단으로도 완치한 사례는 나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 환자에 있어서 희망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닿게 되는 순간...

 

 

하지만 우연히 유튜부에 유명 유튜버가 항암치료로 머리를 다 밀어버리는 장면...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 나의 불안은 증폭되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을 잃고 가슴도 잃으면 너무도 큰 우울감에 빠질것 같았다.. 

 

그런데 암이 아닌데도 양쪽 유방을 절제한 안젤리나 졸리 애기를 듣게 되었다. 자기는 양쪽 유방을 잃었지만, 아이들은 엄마를 잃지 않아도 된다는 그말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나도 남은 내 주변의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머리카락과 가슴쯤이야!! 라며 씩씩하게 해쳐가야지...라고 생각했다.  

 

 

D- 7

 

초음파 검진을 받기 위해 다시 병원을 찾았다. (초음파 검사를 왜 또 해야하나..)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거의 30만원 가까이 나왔다.. ㅠㅠ

 

역시 오른쪽 가슴은 그냥 넘어갔는데, 왼쪽에 가슴과 겨드랑이 쪽을 살펴보더니 바로 "검사할께요~~!!"라고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다. 밖에 있던 간호사들이 조직검사 용품을 들고 들어왔다. 

 

가슴을 뚫어 조직을 빼내야해서 엄청 아플거라고 생각했던거와 달리 마취만 따끔하고 전혀 아프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후 3일간 샤워를 하지 못해서 오는 답답함은 내 몫이었다. 

 

그리고 가슴에 붕대 같이 지혈하는 것을 붙여놓으니 가슴으로 자꾸만 집중되어 괜시리 더 우울했다. 그래서 이틀째 붕대를 띄어내고 데일밴드로 바꿨더니 훨씬 나았다. 

 

D-6 

 

혹시 모르니 회사에는 애기를 해야할 것 같아서. 팀장님께 조직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몇일 연차를 내었다. 어차피 일도 안될 것 같았고, 마음의 준비도 필요해서 여행을 계획하였다. 

 

 

D-1

 

잠을 못잤다. 그놈의 인터넷이 문제였다. '초음파 유방암'을 쳤더니 내가 봤던 것과 유사한 초음파 사진이 나오면서 유방암이라고 써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나의 마음은 암 환자였다. 앞으로 씩씩하게 해쳐가야지. 

회사를 그만둘 사정은 되지 않아서, 병원 다니면서 회사도 잘 다녀야지..라고 생각하며 TV를 틀었는데 노래자랑에 송해가 보였다. 송해 할아버지는 저나이가 되도록 한번도 안아픈적은 없었을텐데 매주 MC를 보았구나..라며 위로가 되었다.

암으로 확진 결과가 나올 수 있어서 미리 향후 어느 병원으로 가야할지.. 회사는 어찌 해야할지 등등 계획을 세웠다..  

 

 

D-Day 

 

검사는 잘 나왔어요. 라는 의사 말에 남편이 내 뒤통수를 때렸다. 너 때문에 걱정했잖아!!! 라며 

혹시 아니라고 했는데 검사가 잘못되어서 암일 확율은 얼마나 있나요? 

"3% 입니다. 6개월 뒤에 초음파 검사 받으러 한번 더 오세요"

 

나는 다행히 유방암이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엄청난 심적 고통과 비용, 시간이 들었다.

 

내가 이 글을 쓴 이유는 나와 같이 검사 결과날 까지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자 했으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니 너무 걱정 마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밍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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